캐시트럭 : 수송작전B (ⓒ 노경화)

 

 

 

 [ 작품정보 ] 

 

* 배경/분야 : 현대물
* 작품 키워드 : 시리어스물 사건물 성장물 애절물 전문직물 구원물

* 인물 소개

   공 (박주원, 31세)

   - 미남공 연하공 상처공 존댓말공 전직군인공 다정공 능글공

   - 파병 중 잃은 전우들을 잊지 못해 힘들어하지만 동시에 그들을 기억하기 위해 산다. 서양인에게 꿀리지 않는 큰 체구와 흰 피부 때문에 어딜가나 주목받는 남자. 능글맞은 구석이 있으나 실상 자기혐오가 가득하다. 그런 그가 최건호를 만나 처음으로 욕심이란 걸 내본다.

   수 (최건호, 34세)

   - 미인수 단정수 연상수 능력수 다정수 전직군인수 순정수 상처수

   - 자칫 꼰대라 불릴 정도로 공과 사 구분이 확실하다. 항상 정갈하고 규율을 지키는 타칭 ‘신입관문대’인 그가 박주원이란 후임을 만나 흐트러지기 시작한다. 여러모로 자신과 다른 박주원에게 어느샌가 동질감을 느끼며 신경 쓰게 된다.
* 이럴 때 보세요 : 각자의 상처를 품고 살아가던 두 사람이 서로를 만나 평범하고 소중한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작품을 보고 싶을 때.

 

 

 

 [ 개인의취향 ] 

 

캐시트럭 : 수송작전B ★★★☆ (군대 AU외전 ★★★★★)

박주원 ★★★★

최건호 ★★★★☆

 

캐시트럭 : 수송작전B 총 4권

2022.10.08. ~ 2022.10.09. 읽음

 

 

BL에 입문하고 처음 보는 소재와 눈길 가는 표지가 마음에 들어 선택한 작품. 사건이 있으니 사건물이라고 할 순 있으나 치밀하고 긴장감 있는 사건물은 아니었다. 과거를 끊어내지 못하고 과거의 상처를 끊임없이 되뇌는 그 무게감에 상대에게 쉽게 손 내밀지 못하지만 결국 상대를 만나 자신의 상처를 다독이고 치유받아 함께하는 마음 따듯한 작품이다. 

 

PTSD를 가볍게 다루지 않아서 좋았고, 생각보다 더 진지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이 매력이었다. 박주원이 최건호에게 먼저 다가가지만 자신의 상처에 발목 잡혀 최건호를 포기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 조차 너무 이해되는 감정이라 보는 내내 답답하기보단 마음 아프게 지켜보게 되는 작품이었다. 박주원이 조금 더 힘을 내길 바라면서. 

 

최건호는 벤츠수다. 박주원이 자신을 두고 떠나려는 순간에도 끝까지 설득하고 품는 장면은 최고 감동의 순간이었다 ༼;´༎ຶ ۝ ༎ຶ༽༼;´༎ຶ ۝ ༎ຶ༽ 과거, 최건호가 박주원을 살린 적이 있었고, 최건호가 터널에서 생존하고 박주원이 끝내 죽지 못하고 계속 살아있던 건 서로 다시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장면도 가슴 뭉클했다. 

 

― 최건호가 이승후 팀장에게 생각보다 긴 시간 마음을 두고 있었다는 점은 초반에 작품을 볼 때 조금 껄끄러웠지만 주원에게 절절한 건호를 보면서 마음 한편에 있던 불편함을 가볍게 털어낼 수 있었다.

 

상처가 흉터가 되어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하진 못할지라도 둘이 함께하는 동안에는 서로의 마음을 보듬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도 나누며 행복한 삶을 살 것 같은 결말도 마음에 들었다. 

 

군대 AU외전은 이 설정대로 작품이 나왔어도 재밌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좋았다. 개인적으로 본편에서의 박주원보다 AU외전에서의 박주원이 더 매력 있게 다가왔고, 지위와 상황에서 오는 설정도 매력적이었다.

 

 

 

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다가 손톱 끝에 걸려 멈췄다. 펼쳐진 페이지엔 짧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.

죽고 싶다.

 

― 캐시트럭 : 수송작전B 1권 | 노경화 저

 

 

"힘든 사람한테 정도는 없어요. 주원 씨는 주원 씨대로 힘든 거죠."

 

― 캐시트럭 : 수송작전B 1권 | 노경화 저

 

 

박주원은 멀거니 내민 손을 바라봤다. 저 손만 있으면, 저 사람만 있으면, 계속 망각 속에 빠져 살 수 있지 않을까. 어쩌면 제가 구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.

 

최건호에게 한 발짝 다가선 박주원이 입을 열었다.

"선배. 저 좀 안아주세요."

 

― 캐시트럭 : 수송작전B 1권 | 노경화 저

 

 

"선배."

말릴 틈도 없이 박주원의 손가락이 최건호의 흉터에 닿았다. 분명 손상된 신경이라 감흥이 없을 터인데 시각이 부른 착각인지 간질거렸다. 박주원이 검지로 살살 문지르며 다시 입을 열었다.

"저한테도 기회 좀 주세요."

박주원이 기울였던 고개를 들고 최건호를 똑바로 응시했다.

 

― 캐시트럭 : 수송작전B 2권 | 노경화 저

 

 

「나도 뒤지고 싶었어, 씨발 새끼야.」

왜 제가 아니냐 수천 번 물어봐도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. 이게 네 운명이라는 말조차도.

 

― 캐시트럭 : 수송작전B 2권 | 노경화 저

 

 

 

최건호의 까만 눈동자가 전구 빛을 그대로 반사했다. 까만 줄 알았던 눈동자에 오묘한 색이 촘촘히 박혀, 밤하늘에 수놓은 은하수 같았다. 자신을 품어줄 것처럼 널따란 은하수가, 사실은 제가 취할 수 없는 광활한 것임을 통감했다.

"너희가 하는 이해는 짐작이야. 힘들겠지, 아팠겠지, 그랬겠지. 겪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이해하려 들지 마."

"……."

"내가 그날 느낀 기분, 너는 절대 이해 못 해."

 

― 캐시트럭 : 수송작전B 3권 | 노경화 저

 

 

최건호가 박주원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.

"물론 이 정도로 네 고통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거 알아. 그래도 이 정도면,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은 출발 선상이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."

"……."

"뭘 아냐고 했지. 네가 알려 주면 되잖아. 내가 다 받아줄게. 다른 사람한테 풀지 말고 나한테 풀어주면 안 되겠냐."

 

― 캐시트럭 : 수송작전B 3권 | 노경화 저

 

 

"박주원. 나한테도 기회 주면 안 될까."

"……."

"후회하거나 힘들 거 같으면, 내가 알아서 그만할게. 그니까 그만 도망가."

 

― 캐시트럭 : 수송작전B 3권 | 노경화 저

 

 

 

마치 모든 게 박주원을 만나기 위해 짜인 시나리오가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들었다. 나아가 죽어가는 자신을 살린 건 이승후가 아니라 박주원을 만나야 할 운명의 동아줄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. 최건호가 박주원을 밀어내 얼굴을 확인했다. 눈물과 땀으로 엉망진창이 된 얼굴은 붉었다. 그때도 이렇게 울고 있었지. 최건호가 박주원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다 두 손으로 양 뺨을 쥐었다.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.

"너였구나."

"……."

"내가 너 살리려고 살았나 보다, 박주원."

 

― 캐시트럭 : 수송작전B 3권 | 노경화 저

 

 

박주원이 최건호의 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말했다.

"나도…."

최건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자신을 무력하게 만드는 죄책감을 씻어냈다.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너를 위해 살았다는 그 말에 아, 내가 살아 있어도 되는구나. 처음으로 제 목숨에 타당성을 느꼈다.

"나도, 그래서 살았나 봐."

 

― 캐시트럭 : 수송작전B 3권 | 노경화 저

 

 

 

아. 이 새끼 장교지.

 

― 캐시트럭 : 수송작전B 4권 (군대 AU외전) | 노경화 저

 

 

최건호가 눈을 휘어지게 접으며 웃었다. 주위가 삽시에 밝아졌다.

"나는 너랑 뛰는 시간이 제일 기다려져. 너랑 대화하는 것도 좋고 운동하는 것도 좋아. 그리고 이 시간에 하는 얘기들은 둘만 아는 비밀로 간직하고 싶은데."

 

― 캐시트럭 : 수송작전B 4권 (군대 AU외전) | 노경화 저

 

 

박주원은 제 심장 소리와 같은 빗소리를 들으며 나직하게 다가갔다.

"저도 소대장님이랑 얘기하는 거 좋아요."

곧 아까보다 많은 비가 내렸다. 최건호가 눈을 찡그려 속눈썹에 매달린 빗방울을 떨어뜨렸다. 박주원에게 소리 없이 웃으며 다가가, 뒤꿈치를 들어 손으로 가림막을 해 주었다.

 

― 캐시트럭 : 수송작전B 4권 (군대 AU외전) | 노경화 저

 

 

"소대장님."

"응."

얼핏 박주원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보였다. 최건호가 제 손바닥을 더 세게 눌러보지만, 여전히 차가웠다. 박주원은 깍지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어 한 손을 빼 왔다.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데. 뿌리쳐야 하는데. 그러기엔 박주원의 손이 너무 따듯했다. 잡았을 때부터 느껴졌던 온기가 중첩되어 다가왔다. 차가웠던 손이 빠르게 데워졌다.

"아직 날이 덜 풀려서 비 맞으면 추워요."

 

― 캐시트럭 : 수송작전B 4권 (군대 AU외전) | 노경화 저

 

 

"그래요? 저는 뛰는 것보다 웨이트가 더 좋아요. 요샌 어쩔 수 없이 뛰는 거지만."

박주원이 살포시 웃으며 최건호의 손을 가져다 제 볼에 댔다. 손과 비교할 수 없는 따듯한 온도였다. 다른 곳보다 연하고 부드러운 피부가 손등에 닿아 비벼지자, 최건호는 명치가 간지러워 참을 수 없었다.

"왜? 왜 어쩔 수 없이 뛰는데."

손등에 얼굴을 부비던 박주원이 느릿하게 고개를 기울여 입을 맞췄다. 최건호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더 꽉 잡았다.

"똑똑한 사람이 모를 리는 없고."

"……."

"확인받고 싶어서 그런 건가?"

 

― 캐시트럭 : 수송작전B 4권 (군대 AU외전) | 노경화 저

 

 

최건호가 박주원의 손등을 부드럽게 문질렀다.

"처음 만났을 때 어디서 본 적 있냐고 물었잖아. 그거 작업 건 거지?"

박주원이 픽 웃었다.

"진짜 어디서 본 거 같아서 물어봤어요. 누가 군대에서 작업을 걸어요."

말할수록 기가 차고 웃겨서, 박주원이 큭큭대며 웃었다. 최건호가 따라 웃었다.

"작업 거는 줄 알았잖아."

"만나 볼 생각은 있었고?"

"응.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았어."

 

― 캐시트럭 : 수송작전B 4권 (군대 AU외전) | 노경화 저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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